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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잡담

웨이스트랜드 3 클리어 했습니다.

 플레이한 난이도는 Supremem Jerk입니다. 총 70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아마 실제 플레이한 시간은 50-60시간 정도일 거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전작에서 잘 활용되지 않던 부분들을 과감히 삭제하고 가장 비중이 높은 전투와 퀘스트에 집중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이도적으로 도전적인 게임은 아니지만 충분히 잘 만들고 재밌는 게임이었습니다. 2회 차가 강하게 끌리는 RPG는 많지 않은데 웨이스트랜드 3은 몇 가지 불편한 부분이 패치되거나 2처럼 디렉터즈 에디션 같은 게 나오면 2회차도 해야겠네요.

 

 전투는 빌드에 따른 전략 차가 전작보다 더 다양해졌습니다. 근접 무기의 화력이 상당히 괜찮아졌고 로켓과 빅건도 꽤 쓸만합니다. 물론 밸런스적으로 OP인 무기 군과 아닌 무기 군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저 라인이 전작보다 높아서 좋아하는 무기를 사용하기 더 편해졌지요. 전투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메카닉 스킬을 올리면 설치할 수 있는 터렛, 애니멀 위스퍼링으로 꼬득일 수 있는 동물 동료,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클론과 장교 등 여러 팔로워들을 추가로 얻을 수 있고 이들로 전투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드문 스킬 체크를 위해 쓰던 두 스킬은 당당히 전투에도 기여할 수 있고 상당히 올려봄직한 스킬이 됐습니다.

 

 몬스터의 다양성도 늘었습니다. 서바이벌은 체크와 더불어서 동물 계열에 추가 대미지, 메카닉은 기계 계열에 추가 대미지를 주는데 전작이었다면 동물은 초반에, 기계는 후반에 특히 많이 나왔죠. 이번에는 둘 다 게임 내내 나오기 때문에 저런 효과들이 소소하게 도움이 됩니다.

 

 레벨 디자인도 전보다 좋아졌습니다. 대부분의 주요 전투에는 스킬 체크를 통해 개척할 수 있는 우회로들이 있고 우회로로 이동해 기습적인 전투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유리함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터렛형 적들은 메카닉 스킬 체크로 발전기를 과부하시켜 무력화할 수 있고, 아니면 너드 스태프 스킬로 해킹도 할 수 있는 등 단순히 커버 찾고 사격으로 우직하게 미는 것의 반복을 탈피하려는 시도들이 잘 느껴집니다.

튼튼한 설치형 터렛과 스콜피트론. 레벨도 스콜피트론을 막는 것 처럼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전투 자원, 그러니까 탄약과 메디킷은 전작보다 부족한 편입니다. 정크를 팔고 얻는 돈으로 탄약과 메디킷, 약간의 신장비를 사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어서 타이트한 느낌을 줍니다. 만약 거래를 전담하는 레인저를 만들지 않았다면요. 만들었다면 굉장히 풍족해집니다. 오히려 상점에서 파는 총알이 부족해 월드맵의 떠돌이 상인들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녀도 남습니다.

 

 퀘스트는 전작보다 더 비선형적이고 더 딜레마적입니다. 전작은 정해진 결말을 향하는 과정에서 여러 선택을 누적하며 나만의 서사를 구축했다면 이번에는 선택에 따라 결말마저 달라집니다. 심지어는 결말을 맞이하는 순간도 달라지죠. 그리고 이런 선택들은 결말에 지문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 도중에도 여러 패러미터를 통해 영향을 미칩니다.

 

 서브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 사이의 강화된 연결성도 돋보였습니다. 게임 상에서 'Primary Missions'과 'Secondary Missions'이 구분되어 표시가 되지만 둘을 완전히 분리된 요소로 보면 안 됩니다. 이것은 레인저 시점에서 나눈 미션의 우선 도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Primary Missions과 Secondary Missions으로 나뉘어진 퀘스트 창.

 일부 세컨더리 미션은 프라이머리 미션을 수월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미뤄두다간 어느 시점부터 수행할 수 없게 되며 더 나아가 결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세컨더리 미션들을 등한시 한다면 그 행동에 걸맞은 지지와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정해진 순서와 결말이 없기 때문에 뭘 어떻게 했느냐가 곧 자신의 서사이고 결과가 되는 셈이죠.

 

 물론 이렇게 장점만 가득하고 완벽한 게임은 아닙니다. 아직 버그는 많고 핫 픽스와 1.1 패치를 했음에도 여전히 버그는 많죠. 이동 AI는 대미지 타일과 트랩을 고려하지 않고 로딩은 매우 길고 동물 동료가 증발하는 경우도 있고 스킬 포인트 투자에선 정말 있을 수 없는 버그까지 있습니다.

 

이런 자잘한 외적인 부분을 제하고 봐도 여전히 던전이라 부를만한 곳은 없고 회복이 제한된 연전 구성의 맵은 더더욱 없습니다. 구색이나마 갖춘 퍼즐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며 심지어 푸는데 큰 고민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이건 2 DC에서 하이풀의 급수장 복구 퍼즐을 지웠을 때부터 예상한 점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까지 해줬는데 섭섭하긴 별 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단점들을 모두 가릴 만큼 장점이 뛰어납니다. 어느정도 안정화가 끝나고 2,3회차 더 해보면 비평도 써보고 싶을 정도예요. 브라이언 파고와 개발팀은 이번에도 정말 좋은 게임을 보여줬습니다. 한동안 쉬신다는데 다음 작을 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파고옹 하나만 더 만듭시다...